방송사 PD직 편중현상 뚜렷… “직무 적합성 면밀히 따져야”
“90년대 후반부터 예비언론인들은 이미 신문에서 방송, 방송에서도 기자보다는 PD쪽으로 몰리고 있다.

” 엄청난 경쟁률, 바늘구멍 같은 관문으로 표현되는 언론사 입사 시험의 최근 경향에 대해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경모 교수는 20일 “90년대 중반까지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의식 있는 학생들이 기자가 되려는 꿈을 많이 가졌지만 최근에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자기 생각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방법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PD의 직무와 잘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취업정보업체 미디어잡 정용희 기획운영팀장도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예전에 비해 오히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일 마감된 2005년 SBS 공채만 해도 연령, 학력 등의 지원자 제한이 폐지돼서라고 해도 지난해 대비 2배에 가까운 지원자가 몰려 내부에서도 놀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분야별 지원자의 증가율을 놓고 보면 방송 PD쪽으로의 편중현상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김경모 교수는 “신문방송학과 학생들 이외에 학기마다 1000여명 정도의 타 학과 학생들이 언론사 입사를 목적으로 신방과 수업을 청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고시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은 셈이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전공도 신문방송학과,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같은 사회과학계열을 넘어 상경계열, 어문계열 심지어는 이공계 전공 학생들까지도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런 언론계의 인기에도 신문기자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예비언론인들은 현실적인 이유 등을 제시하며 신문기자의 기피 현상을 설명한다.

올해 가을 졸업을 앞두고 있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양선미씨는 “좋아하는 언론인을 꼽으라면 신문계통의 언론인을 생각하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내가 취업하고 싶은 언론사를 생각한다면 늙어서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메이저 방송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방송기자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까지 기자를 준비하다 PD분야로 진로를 바꾼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의 유진현씨는 “신문은 방송에 비해 한 쪽으로의 이념적 치우침이 극명하게 나눠진 이미지라서 코드가 맞지 않으면 기피하게 된다.

그러나 방송PD는 코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매력을 느껴 지원한다”고 말했다.

김경모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요즘 학생들은 언론고시를 준비한다면서도 신문은 잘 보지 않을 정도로 활자매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며 “방송과의 대결에서 활자 매체의 쇠퇴는 인재 수급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일간지들은 최근 들어 공채 인원을 대폭 축소했고 수년간 인력 충원을 하지 않은 언론사도 있다.

예비언론인들은 입사를 위해 학점이나 외국어 등은 완벽할 정도로 준비하는 반면, 자신이 왜 기자 혹은 PD가 되려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지난해 YTN미디어와 MBC프로덕션 공채를 담당했던 미디어잡 관계자는 “특히 아나운서와 방송기자의 경우 비주얼한 매력에 이끌려 막연하게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경쟁률이 높은 만큼 자신과 해당 직무의 적합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