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이나 되는 채용과정에 임하면서 땀을 한 바가지 쏟았습니다. 며칠 밤을 지새운 뒤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으며 민망함에 땀을 한 바가지 쏟았습니다. 심이 굵은 볼펜을 샀지만 그래도 제 글씨를 못 알아볼까봐 손에 힘 꽉 주는 바람에 땀을 뻘뻘 흘렸던 필기 시험날도 생각납니다. 대책 없는 지원자로 보이기 싫어 면접 당일 나올만한 질문을 연습장에 빼곡히 적어가며 준비하던 시간도, 실력이 출중한 기자 지망생 사이에서 기죽은 채 치렀던 실무평가도 떠오릅니다.

 

  시간은 돌고 돌아서 다시 여름. 지난해의 저처럼 가슴 뛰는 도전을 앞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현장에서 배울 게 많고 미숙한 저이지만 지난해 제 모습을 돌아보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드리고자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

 

  100일 동안 꼭 완벽한 사람으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완벽한 사람만 뽑는 시험이라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겁니다. 제게 채용과정은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거든요. 일례로 면접 때 말을 더듬는가하면 ‘번데기 발음’을 내뱉는 바람에 면접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대답을 요구받고도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저는 완벽한 지원자는 아니었지요. 떨어질 이유가 수백 가지였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100일을 의미 있게 써 보라는 점입니다. 참가하는 것에 의의를 두라는 말은 아닌 거 아시죠? 단순히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시간으로만 쓰기에 이 기회는 너무도 소중합니다. 한 단계씩 오르면서 의미를 곱씹어 보세요. 다음 단계에 대비해 계획을 짜도, ‘내가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 제가 그랬듯이 전형을 치르면서 느끼는 설렘을 기록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채널A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원자를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단언컨대, 좋아합니다.

 

  올해는 유난히 대형사건 및 사고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지방으로 취재를 갈 일도 많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지방에 있었던 날을 세어보니 32일이 되더군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잘 씻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를 버티게 해준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현장’의 힘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슬픈 마음으로, 혹은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본 것들을 기사 안에  녹여내 전달하는 과정은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저와 같은 마음으로 현장을 휘젓고 다닐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제가 미처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할 날이 곧 올 거라고 믿습니다. 그 때쯤이면 저도 지금보다 든든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겠지요.

 

 

 

 

[출처] 동아미디어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