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이 준 평생의 선물
합격 분야: 아나운서(충청권 청주총국)
성명: 백선일
누군가를 사랑할 땐 아무런 이유도 필요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나를 채용해 달라고 할 땐, 나를 증명해 보일 많은 이유들이 필요했습니다. ‘꿈’이니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상상만으로도 마치 도핑 상태에 머무는 것 같은 소중하고 간절한 그 ‘꿈… 하지만 그 꿈을 현실화하는 데는 나만의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어릴 적, 현직 아나운서들을 보고 두근거림으로 시작된 아나운서를 향한 꿈. 두근거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왜’ 나란 사람이 꼭 아나운서가 되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조차 정확히 알지 못 하는 내 꿈의 이유를 과연 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할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심사위원뿐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내 꿈을 설득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나만의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KBS 공채를 만나기 전까진 아나운서라는 ‘직업’ 시험을 치렀던 것 같습니다. 방송을 업으로 경제활동을 벌이는 사람. 하지만 공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모티브로 삼은 뒤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통해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서 인용된 구절.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왜’ 아나운서가 되어 살아야 하는지 곰곰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니, 나만의 사명감이 생겼고, 그 꿈을 통해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꿈들이 생겼습니다. 또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니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제 삶의 방향이자 목표입니다. 방송을 통해서 그동안 내가 속한 지역에서 그 지역의 발전과 지역민들을 위한 방송을 하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문화 가정의 수가 급증하는 만큼 이혼하는 가정의 수도 함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다문화 가정의 해체를 막는데 일조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었고, 충남의 노인자살률이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자식이자 며느리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들고, 희망을 전하는 일. 이것이 바로 공영방송 KBS의 존재 이유이자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요. ‘내 인생관과 방송국의 뜻이 함께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기도드리며 공채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공영방송 KBS와 함께 하고 싶은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지원자라면, 그 뜻과 함께 할 기회가 반드시 주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알고 듣는 내 모습도 중요하지만, 나만 아는 내 모습을 마주하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다듬는 시간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만큼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벚꽃잎이 흩날리는 KBS의 사옥을 마냥 신기루처럼 바라보는 지금의 제가 이 초심을 잃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가 되길 기도합니다.
[출처] KBS 아나운서 홈페이지 http://office.kbs.co.kr/announ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