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의 선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의 꽃 리포터방송의 선

 

리포터가 단순히 정보 전달자는 아니다. 비록 방송 시간은 짧지만 기획에서 편집까지 혼자서 모두 해내야 하는 전천후 방송인인 것이다. 


“리포터가 뭐냐구요? 글쎄요….” 
방송 경력 7년차인 한 고참 리포터가 언젠가 외국인에게 자신을 ‘리포터’라고 소개했다가 한참을 설명하느라 애먹었다던 일화는 리포터가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야 하는 직업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때론 프로듀서의 역할을, 때론 아나운서에 기자·MC·인터뷰어의 역할까지 해내는 리포터는 말 그대로 전천후 방송인이다. 리포터가 ‘프로그램의 꽃’으로 불리는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것으로 리포터에 대한 설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작 리포터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생생한 현장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늘 사물을 엿보고 지켜보고 관찰하라”는 한 현역 리포터의 채찍질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창적이고 신선한 리포팅도 리포터에겐 필수 미덕이다. 꽉 막힌 교통 상황 하나를 전달하면서도 “답답한 흐름/주차장을 방불/거북이 걸음/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등 30여 가지의 표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현장의 정보를 전하려다 보니 리포터의 리포팅은 대부분 생방송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리포터는 언제나 시간에 쫓긴다. 더욱이 리포터에게 주어진 방송 시간은 짧게는 1∼2분, 길어야 5∼6분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리포터는 언제나 토해내듯 방송해야 한다. 간단·분명·정확·신속한 리포팅을 위해. 리포터를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닌 전문 방송인의 범주에 편입시키는 이유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리포터는 크게 라디오 리포터와 텔레비전 리포터로 나눌 수 있다. 라디오 리포터의 경우, 텔레비전 리포터에 비해 용모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그렇다고 라디오 리포터가 텔레비전 리포터에 비해 결코 미모가 뒤지는 건 아니다- 일 하나만 놓고 보면 그 비중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MBC 라디오 <57분 교통 정보>를 진행하고 있는 리포터 김지연의 설명을 들어보자. “라디오 리포터는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되어 있습니다. 프로듀서와 상의하여 테마와 취재 대상이 결정되면 곧바로 마이크를 메고 현장으로 달려가죠. 어느 곳에서 어떤 소리를 담아올지는 순전히 리포터의 몫입니다. 일단 취재가 끝나면 원고 작성과 리포팅, 편집까지 1인 5역을 해내야 합니다. 더욱이 귀를 상대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영상보다 더 생생하게 전달하려다 보니 어려움은 배가 되죠.” 

그의 설명처럼 라디오 리포터는 말 그대로 스파르타식 훈련을 통해 다듬어진다. 더욱이 라디오 리포터는 매번 자신의 목소리 출연이 완벽하게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때론 현장에서 따온 인터뷰만으로 모든 게 끝나기도 한다. 

텔레비전 리포터라고 해서 결코 편하고 쉬운 것은 아니다. <경제 매거진>에서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유은영은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채 적당히 때우려고만 한다면 프로그램 제작에서 완전히 밀려나 써준 원고만 읽는 앵무새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직접 출연해 리포팅을 하는 탓에 작은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도 일일이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합니다. 날씨에 따라, 리포팅하는 현장에 따라 의상이나 메이크업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더욱이 텔레비전 리포터의 경우에는 프로듀서를 비롯하여 카메라맨과 작가 등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여럿 있습니다. 인간 관계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죠. 독불장군은 절대 안 됩니다.” 

현재 MBC 라디오국에서 활동 중인 라디오 리포터는 모두 열한 명. 에서 교통 리포터로 활약하는 최고참 박경미를 비롯해 일곱 명은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도경찰청 그리고 기상청 등 일명 포스트(Post)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머지 네 명은 스포츠 전문 리포터를 비롯해 중계 차를 타고 사회 구석구석을 누비는 자칭 ‘만능 엔터테이너형’ 리포터. 모두 여성이고 또한 프리랜서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정년이란 게 없다. 목소리가 늙어 더 이상 방송할 수 없을 때가 바로 퇴직하는 날이다. 라디오 리포터와는 달리 텔레비전 리포터의 경우에는 인원 파악이 쉽지 않다. 가수, 탤런트, 미스 코리아, 코미디언 등 연예인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학 교수도 리포터란 이름으로 등장하니 도대체 누가 리포터이고 누가 아닌지 그 경계를 구분짓기가 모호하다. 

이처럼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리포터. 과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명확한 발음, 개성 있는 목소리를 갖추고 있으면 일단 리포터로서의 기본 소양은 갖춘 셈이다. 그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취재 능력을 기르고 원고를 작성하는 수업을 꾸준히 해나가면 리포터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 리포터가 되는 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각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방송 아카데미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아카데미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6개월 정도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추천을 받아 리포터 공채 시험에 응시하면 된다. 오디오 테스트는 기본이고 심지어 그날 몇 시까지 이러이러한 주제로 5분짜리 꼭지 프로그램을 만들어오라는 취재·구성 실습 테스트까지 이루어지기도 한다. 가끔 기동성 측정을 빌미로 시내 주행 시험까지 치르는 탓에 운전 면허증 없는 응시자들을 서럽게 만들기도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리포터 대다수가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사실을 볼 때 ‘방송 아카데미와 공채 응시’라는 공식은 리포터가 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PC 통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프로그램 제작팀들이 나름대로의 필요에 의해 리포터를 구할 경우, PC 통신을 애용하고 있다는 정보이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춘다면 의외로 리포터의 길이 가까울 수 있다는 게 선배들의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직접 방송사를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 지금 당장 리포터로 방송 무대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가장 확실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이 방법의 장점이다. 우선 제작팀들에게 눈도장 하나만은 ‘학실히’ 찍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리포터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리포터의 위치는 흔들리고 있다. 1천 대 1이니 2천 대 1이니 하는 리포터가 되기 위해 뚫어야 했던 천문학적 경쟁률도 이제는 모두 옛말이 됐다. 더욱이 IMF 이후 각 방송사가 비용 절감이란 미명 아래 리포터를 아나운서로 대체하면서 리포터의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방송 전문가들은 리포터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고 역설한다. 올해로 리포터 경력 6년차인 유은영은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이면 교통, 스포츠면 스포츠 하는 식으로 전문 분야가 있는 리포터는 오히려 더욱 각광받지 않을까요. 현재 많은 리포터들이 바쁜 와중에도 야간 대학원 등에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는 건 모두 이런 현실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죠.”그의 말처럼 좀더 전문성을 갖춘 리포터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보는 것도 시청취자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이 될 듯싶다.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의 꽃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