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교양방송 프로그램을 떠올려보자.
진행자가 매우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진행자나 기타 출연자가 하는 말은 농담까지도 사전에 모두 원고로 씌어져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도 초 단위까지 세분되어 미리 계획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출연자들이 모두 유능하고 경험이 많으면 원고를 그대로 읽지 않고 현장상황에 맞게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사전에 모든 틀이 준비된다.
스크립터는 바로 여기에 필요한 원고와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스크립터는 TV나 라디오의 오락물이나 교양물에서 프로듀서와 함께 기획, 구성, 섭외, 대본작성 등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다른 말로 스크립터는 '구성작가' 라고도 불리며, 자막에는 '구성-아무개'라고 표기된다.
스크립터의 주요 일과는 서류정리, 자료수집, 섭외, 방송대본의 작성 등이다.
정보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방송에서 다룰 흥미 있고 유익한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 스크립터들은 방송국의 자료실을 이 잡듯 뒤지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각 단체나 개인에게 귀가 아프게 전화를 건다.
이렇게 늘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해 뛰어다니다 보면 위장병을 얻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스크립터에게는 자신의 생각이 방송되는 짜릿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웬만큼 인정받으면 보수도 많은 데다가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기획회의나 실제 방송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모든 과정을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되는 프리랜서이다.
스크립터는 방송국 직원이 아니라 자유계약직원이기 때문에 자신의 일이 끝나면 언제든지 자유로이 퇴근하고, 방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언제든지 휴가를 가질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일이 끝나지 않으면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허다하고 토요 일, 일요일도 없이 일을 할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