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을 꼽으라면 결코 ‘기자’라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날마다 승부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외부에서는 기자 또는 언론을 ‘권력의 제4府’라며 숭배(?)하기도 하지만 기자들은 자신들을 비하하는 우스갯소리로 ‘하루살이’ 또는 ‘날품팔이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럼 기자는 왜 바쁜가? 이는 ‘마감시간’이라는 정해진 Deadline이 있기 때문이다. 부품을 결합해 완성품을 만드는 제조기업의 상품생산 과정처럼 신문이나 방송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해진 시간에 제작과정을 거쳐 매일 신문 지면과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제조기업이 부품을 조립해 제품을 완성하고 시운전 시사용 등 품질검사를 거쳐 포장을 한 뒤 상품으로 물류기지에 내보내듯이 신문사도 ‘기사’라는 부품을 조달하고 판(지면)을 짜서 지면형태를 만든 뒤 필름을 뜨고 윤전을 거쳐 신문이라는 최종 상품을 만든다.

그렇게 탄생한 신문은 수송과정을 거쳐 매일같이 적어도 아침 6시 이전에는 가정과 사무실에 배달된다. 방송의 경우도 뉴스취재와 제작 과정을 거쳐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뒤 정해진 시간대에 정해진 분량으로 전파를 타고 송출되는 것이다.

언론사는 정해진 시간에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생명
그러다 보니 신문과 방송 등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존재가치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분량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다. 만약 신문사나 방송사가 하루라도 뉴스 생산을 중단하면 이는 독자나 시청자와의 신뢰를 깨뜨리는 엄청난 사고에 해당된다.

즉 제조기업에서 하루의 적정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컨베이어벨트에서 쉴새없이 제품이 쏟아져 나오듯이, 신문은 보이지 않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기자들이 쓴 기사를 올려놓고 이를 데스크가 선별해 그날의 가장 좋은 지면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이다.

언론사에서 ‘정기적인 뉴스 생산’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하나의 존재가치는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많은 언론사가 똑같은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신문사나 방송사는 각각 하나면 족할 것이나 다수의 언론사가 존재하는 것은 그런 능력의 차이와 시각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조기업과 언론사는 각각의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그런데 제조기업과 언론사의 차이점은 제조기업에는 정해진 부품이 있지만 언론사에는 ‘뉴스(News)’라는 부품이 시시각각 바뀌며 그날그날 제조된다는 점이다.

제조기업에선 부품이 모자라거나 불량이면 안 되듯이 언론사에선 기사라는 부품이 모자라거나 함량 미달이면 뉴스매체라는 이미지를 망치게 된다. 그래서 데스크는 지속적으로 기자들에게 좋은 소재의 기사를 찾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취재와 기사송고를 동시에 해야 하는 이중고
이렇듯 정해진 시간 안에 좋은 기사거리가 되는 부품을 날마다 찾아야 하는 기자의 몸과 마음은 항상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자들은 취재원이 기삿거리가 될 만한 내용을 협의하면 처음에는 바짝 달라붙다가 기사 중량감이 떨어지면 이내 관심을 돌려버린다. 그러므로 기자에게서 한 번 거부된 이슈는 다시 관심을 갖게 만들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그럼 기자의 하루는 어떤가. 최근 언론환경이 급변하면서 언론인들의 근무형태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가판 폐지(일부 신문) 전에는 과천 정부청사 출입기자 등 일부 기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자들은 아침 9시까지 신문사로 출근했다.

가판 폐지 후에는 당직기자와 데스크만 신문사로 출근한다. 출근시간도 30분~1시간 정도 빨라지는 추세다. 다른 기자들은 출입처로 바로 나가거나 집에서 일보를 보내게 된다.

신문사의 경우 통상 9시30분을 전후해 데스크회의가 열리는데 부서 당직기자나 데스크는 기자들이 보낸 ‘당일 출고할 기사’와 ‘정보사항’을 취합해 편집국 데스크회의용 해당부서 주요이슈를 정리하게 된다. 데스크회의에서 신문의 주요 편집방향이 결정되면 데스크는 출입처에 나가 있는 기자들에게 취재지시를 내리게 된다.

출입처에 나가 있는 기자들은 특별한 취재 지시가 없을 경우 자신이 일보에서 보고한 내용을 취재해서 기사로 작성하게 된다. 또 수시로 취재상황을 데스크에게 보고하면서 취재방향을 지시받게 된다.

기자가 취재에 들어가면 취재에서 기사송고가 끝나는 오후 4~6시까지(가판 폐지기준) 정신없이 바빠진다. 취재라는 것이 생각처럼 나긋나긋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닌 데다 연락이 안 되거나 알맹이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는 취재와 기사송고를 동시에 해야 하는 이중고를 날마다 겪어야 한다.

어제는 어제 일, 오늘은 오늘 일이다.
기사송고를 마쳤다면 한 숨 돌릴 것 같은데 다시 내일의 먹거리(취잿거리)가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다시 내일을 위한 전투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심층취재를 위해서 기업체 최고경영진의 대문 앞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노숙자 차림으로 일부러 휩쓸리기도 하고, 술자리가 태반인 저녁모임에 간단없이 좇아 다녀야 한다. 이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취재 아이템을 잡아 열심히 좇아다니다 보면 때로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특종을 건지는 행운을 잡기도 한다.

하루를 바쁘게 사는 기자들에게 퇴근시간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퇴근하다가도 지하철에서 사건을 목격하면 그 곳이 바로 취재 현장이고 퇴근 후 자다가도 전화 한 통화면 한밤중에도 달려가야 하는 것이 기자인 것을.

또한 취재원과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더라도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신이 맡은 분야의 기사 송고는 해야 하기에 기자의 하루 하루를 연결해보면 그야말로 빠끔한 틈이 없다.

상황에 맞게 기자와 대응하라
농담같이 들리겠지만 필자도 현직에 있을 때 전날의 피로가 심해 점심시간을 앞당겨 사우나에 들렀다가 배 위에 올려놓은 삐삐가 쉴새없이 진동하는 바람에 잠깐 휴식은커녕 스트레스만 받고 나온 경험이 있다. 그런데 요즘처럼 성능 좋은 휴대폰 시대에는 오죽하겠으며 한 시라도 일과시간에 딴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해외 출장을 가는 때가 마치 해방구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일단 해외출장을 가면 일보와 마감시간에서 해방되고 기자단의 동선이 같으므로 취재경쟁에서도 한 발 물러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이 생각한 기획 취잿거리도 구상하면서 모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PR담당자는 이러한 기자들의 원초적 멍에를 먼저 이해하고 같이 호흡한다면 분명능력 있는 홍보담당자로 거듭날 것이다. 기회만 있으면 술잔으로 녹다운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접근방법이 기자와 가장 친해지는 방법이 될 것이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MBA(석사)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최고위자과정 수료
삼성전자 국내영업본부 마케팅실 광고판촉 담당
매일경제신문사 산업부/중소기업부/과학기술부 기자
㈜MP4STUDY.COM 부사장 역임
現, ㈜윈컴피알 대표
저서 : 발명으로 성공하기까지(특허청 위탁)
강의 : 전경련부설 국제경영원, 한국생산성본부, 흑자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