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D(플로어 디렉터)의 역활

FD(플로어 디렉터)는 말 그대로 무대 감독이다.
외국에선 FD가 없으면 큰 쇼나 아카데미 시상식, 대형 뮤지컬 같은 이벤트들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한다. 국내 방송계도 90년부터 FD 개념을 도입했지만, 무대 감독이라기보다는 조연출, 또는 조연출 보조 기능을 맡기고 있다. PD들은 알음알음 사람을 구해 FD 일을 맡긴다. FD들은 그래서 학력, 나이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그들도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FD 일을 한다. KBS, MBC, SBS 같은 큰 공중파 방송사에서 FD로나마 방송 일을 배우면, 독립 프로덕션이나 케이블TV, 지역 민방에 진출해 PD가 될 수 있다. FD 출신 개그맨 이휘재, 이명민은 옆 분야로 진출한 예다. FD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은 스튜디오 진행이다. 그러나 자료 필름을 챙기거나 현장 섭외도 곧잘 FD에게로 돌아간다. FD는 플로어의 진행을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분위기 파악이 빨라야 하고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진행자에게 사인을 보내며 시선을 맞추는 것도 FD의 역할이다. 녹화 현장에서 호출기나 무선 전화기의 신호음이 울리는 것, 카메라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것도 FD가 막아야 할 일이다. 때로는 FD가 자기 일에 열중하다 카메라 앞을 가로막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고 한다.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만큼 수입은 열악한 편이다. 문화방송의 경우 3등급으로 나눠 급여를 지급하는데, 회당 11∼2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야외 촬영비나 철야 작업비 정도가 약간 붙을 정도다. 설문식 씨는 문화방송에서 5년째 생활 정보 프로그램 FD로 일하고 있다. 상고를 나온 설씨는 건설 회사에 근무하다 친구의 권유로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FD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지만 막연하게나마 연예인이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설씨처럼 프로듀서나 연예인이 되고 싶어 징검다리로 FD로 일하는 사람은 꽤 많다. 물론 그 중 일부는 꿈을 이루기도 하지만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기보다 힘들다는 게 설씨의 말이다. 그래서 설씨는 FD 일을 징검다리로 여기기보다는 FD라는 직업 자체의 전망에 승부를 거는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노련한 방송 진행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전문성 있는 FD를 요구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어 : 환(F)장하게 더(D)러운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