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사전형 완벽 가이드(?)
-1. 먼저 변명부터 드립니다. 저도 다른 동기들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어요.
선배들과의 해프닝, 폭탄주의 짜릿함, 경찰기자 수습기간의 ‘무용담’…… 그런 맘 꾹꾹 누르고 그저 입사전형에 대해 설명합니다. 혹시 어렵게만
생각해 인연을 놓치는 분이 계실까봐요.
0. 드디어 떴다, 중앙일보
기자(記者)라는 직업에 뜻은 있으나 머뭇거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두꺼운 상식책 반도 못 봤는데…’‘토익성적이 낮아도 돼나’‘학점이 낮아서…’‘스터디 한 적도 없고…’ 그딴 걱정은 접어두세요.
구질구질한 상식시험도 없고 촌스럽게 학점에 연연하지도 않아요. 준비요? 글쎄요. 어떤 선배들은 ‘언론고시생’을 떨어뜨리는 게 중앙일보 전형의
목적이라고 하더군요. 가벼운 맘으로 지원하세요. 중앙일보와 인연이 있는지 시험해본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처럼 우수한 인재를 못 알아본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회사의 손실이지요. 물론 인연이 된다면 서로 기쁜 일이겠죠. 참고로 모든 단계는 이전 단계의 통과 여부만 반영될 뿐 별개라고 합니다.
굳이 만회할 필요도 없이 매번 최선을 다하면 그만입니다. tip. 제 동기 중에는 토익 만점에 근접한 친구도, 커트라인 턱걸이도 있어요. 단대
수석도, 도대체 학교를 다녔는지 의심스러운 불량학생도 함께 들어왔어요. ‘가방끈’ 긴 석사출신도, 갓 졸업한 80년생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나이
꽉 채운 전직(前職) 은행원, 고시생도 씩씩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혹시 지원자격의 외국어 점수가 높아졌다면 40기의 탓입니다. 저희보고
영어실력이 신통치 않다며 걱정하는 선배들도 있거든요. 죄송합니다. ^^;
1. 지원서 작성 - 무늬만 서류전형 여느 입사시험처럼
중앙일보도 지원서 작성으로 시작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꽤나 긴 자기소개서를 쓰게 될 거여요. 지난해엔 세 가지로 나눠 물었습니다. ‘기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기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입사후 기획기사를 쓴다면’ 지난해엔 지원서 심사로 2차 시험 작문?언어능력시험
대상자 1백명을 뽑습니다. 지원자의 이름이나 학교 학과는 완전히 배제한 채 자기소개서 심사만으로 선발했다고 하더군요. 무늬만 서류전형이자 사실
작문 시험 이상이죠. tip. 모두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 들일테니 멋진 글을 쓰실 거라 믿어요. 정도(正道)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산 좋고 물
좋은 어디에서 태어나’로 시작해 ‘嚴父慈親’ 운운하며 초?중?고?대학에 이르는 ‘연대기’는 피하시겠죠? 팔방미인임을 자랑하는 나열식 서술도
마찬가지겠고. ‘원어민 뺨치는’ 외국어실력이나 이런저런 자격증을 들먹이는 것도 좀 ……. 개인사(史)에 매몰되지도 않고 거창한 이야기로
일관하지도 마세요. 왜 기자가 되고 싶은 지와 관련지어 담담하게 쓰는 게 무난하지 않을까요.
2. ‘엽기적’ 작문 + 인내력을
측정하는 언어능력시험
모 그룹에서 식당으로 사용하는 큰 건물에 몽땅 몰아놓고 문제지를 나눠줍니다. 중앙일보 입사시험의 특징인 ‘엽기적인’
작문시험이 시작됩니다. 지난해엔 신문 한 부를 나눠주곤 맘에 드는 사진 하나씩 고르게 하더군요. 그리곤 연상되는 소재를 잡아 자유롭게 쓰라고
했습니다. 완성된 글은 사진과 함께 제출했어요. 참고로 2001년에는 ‘명성황후와 고이즈미 총리의 가상대담’이었습니다. 앗, 재수생인 걸
들켰네요. 언젠가 노래를 틀어주고 생각나는 주제를 쓰라고 했던 적도 있다고 하네요. 다음 시간은 국어 능력보다는 인내력을 시험하는 듯한
2시간여의 언어능력시험. 문제집사서 연습할 돈이 있다면 배가 고플테니 초콜릿 둥을 준비하는 게 낫습니다. 생소한 국어 ‘리스닝’ 조심하시고요.
졸립거든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마세요. tip! 혹시 옆자리에 앉아있던 수험자가 당신 옷이나 시험지에 커피를 쏟아도 얼굴 찌푸리지 마세요.
지난해엔 커피를 쏟았던 L양이나 그 통에 시험지를 적셨던 L군 모두 합격했더군요. 웃어넘기세요.
3. 세상 속으로, 신나는
현장취재
이틀 동안 매일 오전 9시에 모여 주제를 받고 각기 현장으로 가서 오후 5시까지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각 부에서 차출된 차장급
선배들이 상의 끝에 문제를 결정해 칠판에 적어주며 간단한 설명을 합니다. 오수 3~4시쯤까지 돌아와 제공받은 노트북으로 작성해 5시까지
제출했어요. 르포형식으로 2천자 정도를 썼습니다. 첫날 주제는 ‘청계천’이었습니다. 예전엔 일산 러브호텔촌(村)에 떨어뜨린 적도 있다고 하네요.
올해는 어디로 갈까나. 시간안배 잘 하세요. 다음날 주제는 ‘MARKET'이었습니다. 다른 설명이 없어 출제 의도를 정확하게 몰랐지요. 자유롭게
쓰래요. 알고 보니 며칠전 반미시위가 있었던 미군기지가 ‘캠프 마켓’이었더군요. 출제자의 의도를 알아챈 건 강 모씨 단 한 사람이었고, 저나
다른 분들은 그냥 시장(市場)으로 알아듣고 자유롭게 취재했습니다. 듀오?선우를 취재해 ‘결혼시장’에 대해 쓴 글도 나왔고 학원가를 누벼
‘입시시장’을 쓴 기사도 있었습니다. 전 학교 주변 중국음식점들의 치열한 경쟁이 대기업 빰치더라 하는 요지로 썼습니다. 학교 다닐 땐 자장면을
자주 시켜먹었거든요. ^^; tip. 매일 취재비가 지급되는데 시간 안배를 잘 하면 택시 탈 일 없어 남길 수 있습니다. 점심 꼭 챙겨 드세요.
K양처럼 같은 취재원에게 동시에 갔다고 얼굴 붉히지 마세요. 취재할 때 중앙일보 기자를 ‘사칭’하는 분도 많았어요. 하지만 서투르면 의심을
당하며 명함을 요구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처신하세요(누구더라~). 인턴기자 정도로 말하심이 낫지 않을까.
4. 철인 7종
경기, 합숙평가
1박2일간 상당히 빡빡하게 진행됩니다. 매년 프로그램이 업데이트 된다는데. 제가 써놓은 건 참고만 하세요. 심사위원은
현장취재에 들어왔던 선배들입니다. 아, 참고로 그분들은 여러분에 대해 이름 석자와 현장취재기사밖에 모릅니다. 자신을 알릴 기회 만드는 건 여러분
몫입니다. 첫사랑 : 말 그대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문자 그대로 이성(異姓)에 대해 이야기했던 로맨티스트도 있지만 꿈?취미에 대해 감칠맛
나게 말했던 분들이 더 기억에 남네요. 논리게임 : 지역할당제?영어공용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찬반을 나눠 그룹토론을 진행. 저처럼 실력없이
승부욕만 있던 사람에겐 쥐약이었죠. 짝꿍 인터뷰 : 지원자들끼리 인터뷰를 한 후 심사위원들에게 상대방을 소개하는 과정.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심사위원은 정보가 없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인상적인 소개는 자기 점수도 올리는 ‘윈윈’ 시스템입니다. 나의 ‘최고의 날’ 혹은 ‘최악의 날’ :
합숙기간 증 유일한 작문. 모의 편집회의 : 실제 신문사 편집회의처럼 자기 부서의 기사를 놓고 중요도를 다른 지원자나 심사위원들과 토론.
마무리하기 전에 심사위원과의 산행이 있는데요. 기초체력 데스트와 친목도모를 겸하는 거니 ‘오버’할 필요 없습니다. 부담없이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고 궁금한 걸 물어보세요. 혹시 등산을 즐기는 선배가 청하면 함께 정상까지 가보는 것도 좋겠지요. 참, 40기는 모두 담합해 모르는 척
했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런 동기들입니까. tip. 첫날 저녁엔 선배들과 술자리가 있습니다. 주량을 시험하는 자리는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긴장을 잠시 풀고 즐기세요. 굳이 기를 쓰며 마실 필요 없습니다. 만취해서 행패 부리는 L군과 화장실에서 선배 흉 보다 들킨
L군도 붙은 것 보면 그런 것 같아요. 단, 그 두 사람은 지금까지 선배들의 요주의 대상이죠. *^^*
5. 마지막 관문,
최종면접
딱딱한 회의실 분위기 탓에 조금 무거운 분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정장 차림에 나이 지긋한 대선배들과 만나는 자리라 떨릴 수도
있어요.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요. 첫 만남이니까. 나중에 물어보니 그분들도 떨린다고 합니다. 어떤 동기는 대선후보 토론회 같다고 하더군요.
굵직한 사회이슈에서부터 개인적인 취향까지 별걸 다 물어 보죠. 하고 싶은 말 논리적으로 차분히 하시면 됩니다. 옆 사람 보다 질문 적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며 원망하지도 마세요. 그만큼 훌륭한 성적이다, 아니면 관심이 있어서 그렇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세요.
다만 저처럼 면접비가 없다고 투덜거려서 진행선배에게 찍히는 건 피하세요. 아직도 구박하고 있어요. tip.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고생한 다른 지원자들과 따뜻한 격려를 나누세요. 기자에 뜻이 있다면 대부분 몇 달 후 신문사 이름만 달리한 채 경찰서 2진
기자실에서 숙식을 함께 할 운명이거든요. 끝난 뒤에 함께 차 한잔이라도~.
자, 긴 여정이 끝났습니다. 두서없이 중언부언했던 제
수다도 여기서 마칩니다. 신문사 최고의 특권 ‘신입’ 딱지를 빼앗을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빠2~’.
[자료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