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봉(보도국기자)님의 글입니다. 

 

<6개월의 수습을 마치며...> 

 

길 것만 같았던, 실제로도 결코 짧지 않았던 반 년이 어느덧 흘러 수습 6개월의 마지막 사나흘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그 동안 생각보다 훨씬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사이 일정 정도의 방송기자로서의 필요조건은 갖 추어 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늘 같은 생각이지만, 발음이 여전히 부정확한 것 같고 억양 또한 전달력이 높지 않은 것 같아 

걱정 입니다. 몇 주 째 선배들에게서 발음 등 리포팅 훈련을 받고 있기는 하나, 개선 속도가 더딘 것 

같아 고민 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물론 지난 수습 기간 동안 기자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근성이랄까, 정신적 요소 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으나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애초에는 그저 호기심과 탐구심 정도만 있었을 뿐인데 그간의 과정을 거치며 그것을 어떻게, 어떻게 정리해 전달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앗! 속았구나’ 하는 느낌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닙니다. 밖에서 보기엔 그저 말끔해 보이는 방송기자들이기에 내심 기대(?)를 했었으나 실상은 마치 호수 위의 백조처럼 부단히 노력하고 일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즉 스스로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진정한 기자로서 거듭나기는 힘들다는 교훈이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수습 기간. 그 동안 스스로에게 충실했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발품을 들여 부지런히 돌아 다녔다면 더 많은 ‘단독’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더 친밀하게 지내든 더 주의 깊게 살피든 ‘마포 발바리’ 에서도 ‘단독’을 더 많이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이미 적잖은 시간이 

흘러갔기에 돌아오지 않는 연인과 같지만 앞으로의 자세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화두를 던져줍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먼저 나서서 하겠다는 마음,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일지라도 긍정적인 태도로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진취성…. 갑작스럽게 나타날 것들은 아닐 수도 있겠으나 평소 스스로를 

반성하며 그러한 자세를 잃지 않도록 늘 유념해야 하리라며 자신에게 다짐합니다. 

이제 곧 ‘수습’ 딱지를 떼고 정식 기자로서 태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감보다, 갖춰지지 않은 실력이 더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원래 걱정을 잘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 동안 보고 배운 것들이 ‘정밀함’을 요하는 것들이었기에 그런 부분에 

있어 소홀해온 저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또 과연 얼마나 참신한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아이템을 배정 받을 경우 얼마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앞으로는 오디오 연습 못지않게 선배들의 아이템을 보고 복습하며 과연 제가 만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좀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하는 등의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오디오 못지않게 ‘그림’의 적절한 배치와 구성도 전달력을 높일 수 있는 주요한 요소라는 선배들의 말씀처럼 좀더 유려하고 논리적인 구성은 

어떤 것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길지 않은, 그렇다고 너무 짧지도 않았던 지난 6개월. 그 동안 코도 헐리고 치아도 상하는 등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또 그렇기 때문에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기나긴 시간이 더욱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도 반성하고 고민하며 지낼 생각입니다. 

 

[출처: SBS 입사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