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기본
개그맨도 아닙니다. 가수도 아닙니다. '라디오 PD' 조정현입니다. 사실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방송사 입사 시험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작으나마 힘과 희망을 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1. '내공'을 아십니까?
흔히 방송사 입사 시험에 통과하려면 '내공'이 쌓여야 된다고들 합니다. 필기 시험 준비야 방송사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정보를 통해서 대충 공부 방법은 아실 겁니다. 상식 책은 무엇을 보고 스터디는 어떻게 하고 논술을 얼마나 써보고 하는 등등의 구체적인 방법들 말입니다. 그렇지만 관건은 저 '내공'입니다. 필기 시험을 통과할 만한 실력과 플러스 알파가 겸비된 것이 그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PD로서의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준비해오는 동안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무르익었을 때 '내공'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상당히 애매하기 짝이 없죠.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하고 불만도 느끼실 겁니다.
그러나 어떤 정해진 '정도(正道)'는 없습니다. 저마다 다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시대 아닙니까. 더구나 방송사에서 획일적인 인재를 원하는 것도 아닐 터이고요. 저도 역시 "이러이러하게 공부하면 됩니다."하고 정답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공'을 쌓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몇 가지 이야기해드리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공부 방법에 관한 것은 많이 들어보셨을 테니, 소위 '언론고시', '방송고시'의 준비기간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하는 정신수련을 위한 저 나름대로의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 각성(覺醒)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일단 방송사 입사에 관심이 있고 준비를 하고 계시는 분이겠지요. 아마 졸업반이거나 이미 졸업을 하신 분이실 겁니다. 이 시기를 겪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고민이 많고 힘드실 겁니다. 더구나 최근 몇 년은 웬만한 회사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죠. 이러한 상황에서 소위 '언론고시'라 하는, 승부의 확률도 별로 보이지 않는 길에 뛰어들 것인가, 아니면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할 것인가 고민되시겠지요. 다른 회사를 포기하고 방송사 준비를 하자면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나 이 길을 택하는 것은 확률 게임이 아닙니다. 정말 고시처럼 무슨 책을 몇 번보고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하면 될 확률이 얼마겠지, 하면서 이 길을 택하기에는 너무나 실패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히 정하셔야 합니다. 물론 대학 입학 이전부터 PD의 길 하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준비해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꿈을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오랜 동안이었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나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사에 가고 싶은지 방송사에 가고 싶은지, PD가 될 것인지 기자가 될 것인지, TV PD가 될 것인지 라디오 PD가 될 것인지. 물론 하루아침에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자꾸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십시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결론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흔들림 없이 매진하십시오.
일단 방송사 시험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주위의 선후배나 동기들을 보며 늦은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을 느낄 때가 많으실 겁니다. 다른 회사의 입사 지원서를 쓰고 면접 보러 가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방송사 시험 하나만 준비하는 것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연령제한까지 겹치는 경우이시라면 더 불안하시겠지요. 그렇지만 희망이 존재하는 한 미리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3. 마인드 컨트롤 하나 - 자신감
언제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같이 방송사 입사 준비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힘들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미래의 PD라고 생각하십시오.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4. 마인드 컨트롤 둘 -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마십시오. 올해 반드시 붙는다는 생각으로 준비하십시오. '에이, 올해에는 준비가 덜 되었는데 안 되겠지. 어쩌다 운이 좋으면 붙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라면 붙을 사람도 붙지 못합니다. '내년에 나는 반드시 KBS 예비사원으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으로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준비하십시오. 떨어질 경우를 생각할 때의 아찔함보다 합격한 경우를 생각할 때의 즐거운 기분이 공부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됩니다.
5. 실력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태도로 준비하되, 그에 대한 실력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 실력이 뒷받침될 때 긍정적인 태도로 흔들리지 않고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사실 한 번도 내가 '많이 알고 있다', '충분히 공부했다'고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공부의 절대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부란 것 자체가 끝이 없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3년 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더 많아졌겠지만 제가 알아야 할 것은 아직 그 때 느꼈던 것의 양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다만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이게 중요한 거구나', '이번에 쓴 글 정도면 괜찮구나' 하고 감이 잡히는 날이 옵니다.
'아직 부족하다'라는 생각은 누구나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순간순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 위축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적절한 자극을 받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결코 기가 꺾여 '나는 왜 이렇게 못났지'하고 좌절하지 마십시오. 남의 좋은 점은 배우라고 있는 것이지 나를 비하하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대신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두 배로 생각하십시오.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경험도 적고 나이도 적고 기억의 용량도 적어서 머릿속에 지식의 데이터베이스가 멋들어지게 구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매 순간 즐겁게 산다는 긍정적인 태도, 삶에 대한 호기심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6. 라디오 키드인 당신에게
요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까? 이것은 단지 면접용 질문만은 아닙니다.
라디오 PD라는 직업이 단지 '좋아 보여서', '그럴듯해 보여서' 지원하겠다면 하지 마십시오. 라디오를 들으면서 울어본 적이 있는 사람.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잠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끼고 꼼짝하지 못해보았던 분께서 지원하십시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사람, 내가 가장 가고 싶고 반드시 내가 가야 할 길은 '라디오'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 이런 분들이 지원하십시오.
이 모든 것들이 제가 합격을 했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올해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다시 라디오 PD 시험을 보았을 것입니다. 결국 저는 라디오 PD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십시오. KBS에서 만납시다.
[자료출처 - KBS 조정현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