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샘작업 방송 엔지니어의 세계, "케이블-위성방송‘온 에어’우리 손에" 


케이블·위성 방송은 밤과 낮 구분없이 방송된다. 물론 밤새워 방송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중에서도 ‘송출 대행사’ 인력의 공이 크다. 프로그램은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지만, 실시간 시청자에게 내보내는 일은 현장을 지키는 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BS, MBC 같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을 직접 가정까지 보낼(송출) 부서와 인력을 갖추고 있지만, 케이블·위성 방송은 여러 채널을 모아서 함께 발송하는 회사를 필요로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송출 대행사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디지틀온미디어’. 영화채널 OCN, 만화 전문 투니버스, 어린이를 위한 재능방송 등 9개 채널의 송출을 대행한다. 새벽 2시를 넘긴 시간, 이 회사 주조종실에는 3명의 엔지니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8년째 송출 업무를 하고 있는 윤석동 차장(35)은 “여러 채널의 방송을 송출하다 보면 기계가 고장나기도 하고 방송 직전에 갑자기 방송 광고를 교체해 달라는 긴급 주문을 받을 때도 있어 밤이라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긴장해도 졸음은 온다. 이들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무엇보다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지만, 밀려오는 졸음을 쫓는 방법에도 남다른 전문성이 요구된다. 윤 차장은 “밤참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수시로 세수를 한다”고 말했다. 장정수 대리(33)는 밤 근무 때면 줄곧 커피를 마시며 주조종실 내부를 서성거리는 스타일이고, 김일혁 대리(33)는 “근무 전후로 필요 이상의 잠을 자는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낮 근무를 포함해 이 회사 주조종실 엔지니어는 모두 11명. 장 대리는 “송출 엔지니어는 국내에 200명이 채 안되는 희소 업종”이라고 말했다. 오래지 않은 역사를 가진 곳이지만, 방송 장비의 디지털화로 급격한 근무 환경 변화를 겪고 있기도 하다. 김 대리는 “예전과 달리 PC운용 능력이 이 직업의 필수 항목으로 추가됐다”며, “아날로그 시절 방송 직전에 테이프가 없어져 겪던 소동들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힘든 밤새우기 뒤에 따라 붙는 것은 그래도 ‘보람’. 이들이 졸음과 싸우며 일하는 동안, 사회 곳곳에서 새벽을 지키는 다른 사람들이 잠과 지루함을 달랜다. 윤 차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에도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던 잠도 달아난다”고 말했다. 


[자료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