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에디터란? 


북 에디터는 그 주에 나온 신간 중 몇권을 골라 읽고 서평을 쓰는 사람. 예스 24의 국내도서팀과 해외도서팀, 웹진팀 중 서평은 웹진팀에서 소화 한다. 웹진 팀장을 맡고 있는 이상구 팀장은 격주로 예닐곱권에서 많게 는 열권의 서평을 써야 한다. 전공은 영문학. 같은 팀에서 함께 서평을 담당하고 있는 동료들도 국문학·철학·경영학과 출신이다. 처음에는 기획팀으로 입사했다. 웹서퍼들이 예스 24를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웹페이지를 예쁘고 알차게 꾸미는 일이었다. 그는 우선 독자회원들 에게 일주일 단위로 도서정보 이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준 보도자료만을 짜집기해 독자들에게 발송하는 형식에 점차 회의가 느껴졌다. 그래서 자신의 서평이 담긴 이메일을 발송하기 시작했다. 메일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무미건조한 컴퓨터 안에도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낸 독자도 있었다.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었다. 입사해 1년을 버티면 3년이 문제없고 3년 을 버티면 5년은 금방이다라는 말처럼 바로 그 1년이 지나면서였다. 글 에서도 그런 모습은 확연히 드러났다. 한 독자에게 ‘요즘 글이 영 아닌 것 같네요. 진실을 느낄 수 없는 글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 는 법입니다’는 메일을 받았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 서평만 쓰는 건 아니다. 

기획되는 꼭지에 따라 작가 인터뷰도 해야 하고 , 출판사 방문인터뷰도 해야 한다. ‘하루종일 책만 읽으면 얼마나 좋을 까’하는 뜬구름 잡는 환상은 깰 것. 매주 열몇권씩 쏟아지는 신간을 소 화하려면 장난이 아니다. 

독서의 최대의 적은 ‘잠’. 작가나 출판사 인터뷰를 위해선 작품을 다 읽어야 한다. 잠을 줄이며 책을 읽어야 할 때는 독서라는 행위가 지루하 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끝내고 출판사측이나 저자들이 바리바리 싸주는 책을 한아름 안고 돌아올 때는 큰 선물을 받은 양 신이 난다. 그럼 북 에디터는 책을 돈주고 안 사느냐. 아니, 그건 아니다. 꼭 소장하고 싶은 양서는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이 팀장이 소장하고 있는 양서(?) 중에는 만화책도 꽤 된다. 

북 에디터로서 좋은 점이 있다면? “뭐니뭐니해도 좋은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원 없이 읽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요?” 

북에디터가 되는 몇가지 방법 
하나. 전공은 불문. 하지만 책을 미치도록 좋아해야 하는 건 필수다. 또 하나! 자신의 관심분야를 확실히 정할 것. 두울. 언론사나 민족예술인 총연합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강좌를 들 어라. 물론 강의도 도움이 되겠지만 강의가 끝나고 술한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가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맥도 중요한 재산인 법. 

세엣. 자신이 읽은 모든 글에 대해 짧게라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라. 일기도 좋고, 수필도 좋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그것을 글로 옮기 는 작업은 해보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하려면 어려운 법. 자신만의 언어 를 사용하여 기록하라. 그것은 곧 남과 자신을 구별시키는 하나의 척도 가 된다. 

네엣. 사고의 라인을 확실히 구축하자. 한마디로 서평을 통해 에디터의 주관이 확실히 나타나야 한다는 뜻. 하지만 설득력이 없는 억지스러운 주관은 자칫 신뢰성을 잃기 마련. 객관성을 잃지 않는 주관이 필요하다.